
식민지라는 단어는 역사 교과서에나 나오는 낡은 단어인 줄 알았지?
하지만 우리가 매일 두드리는 인터넷 주소창에도 식민지가 존재한다.
.nu 도메인이 바로 그 예다.
북유럽, 특히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가면 .nu 라는 도메인을 많이 활용한다.
그쪽 언어로 'nu'가 '지금(Now)'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Køb.nu, Köp.nu = 지금 사세요
Bestil.nu = 지금 주문하세요
마케터들이 딱 좋아할 만하다. 얼마나 직관적인가.
사실 이 도메인의 진짜 주인은 북유럽이 아니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니우에(Niue)'이다.
인구 1,600명 남짓한 그 작은 섬나라 도메인의 관리 권한과 수익의 대부분은 스웨덴 인터넷 재단이 가져간다.
명분은 아주 세련됐다 - "우리가 기술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해줄 수 있으니까."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논리 아닌가?
니우에 정부가 "이건 디지털 제국주의다, 우리 자산 돌려내라"라고 수년째 소송을 걸고 울부짖어도,
북유럽 사람들에게 .nu는 그저 '마케팅하기 좋은 힙한 주소'일 뿐이다.
스웨덴은 한때 등록 과정이 아주 까다로웠던 자국 도메인(.se)의 문턱이 지금은 모두에게 열렸음에도,
'지금 당장'을 외치고 싶은 마케터들의 본능 덕분에 여전히 .nu를 애용한다.
반면 노르웨이는 여전히 자국 도메인(.no)을 얻으려면 현지 거주 증명 같은 귀찮은 자격을 요구하고 있어,
그 복잡한 절차를 '패스'하고 싶은 이들은 .nu를 활용한다.
생산성과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디지털 식민지'의 풍경이다.
힘 있는 나라가 힘 없는 나라의 자산을 가져다가, 더 멋지게 포장해서 파는 것.
.tv (투발루) .ly (리비아) 도메인의 경우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nu의 관리권과 소유권까지 독점한 스웨덴 재단에 비할 바는 안되겠다.
'IT 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최대 10배 이상 빨라진 Typescript와 MS의 과감한 결정 (0) | 2025.03.14 |
|---|---|
| ChatGPT의 Tutor me로 무료 개인 과외 받기 (0) | 2025.03.12 |
| Domain-Driven Design: 도메인 주도 설계 (0) | 2025.02.21 |
| eBook은 어떻게 동작할까? (3) | 2025.01.22 |
| Actor Model에 대하여 (2) | 2025.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