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저씨의 일상

대화의 유익함

by 진기씨 2024. 10. 9.
반응형

 

중년의 대화는 다채롭다.

 

어린이에게도 젊은이에게도 노인에게도 쉽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어린 친구들의 덴마크 학교 생활,

 

젊은 친구들의 영화 같은 여러 외국 방문기,

 

태권도 시범 수업에 참가했다가 기합소리에 놀라 대성통곡한 딸 이야기,

 

다 성장한 자녀의 트위터에 몰래 접속하며 자녀의 두 번째 자아를 응원하는 부모의 이야기,

 

인생의 선후배들이 걸어온 길을 귀 동냥 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오늘은 두 사람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아름다운 대화에는 공감하는 미소,

참지 못하고 터져버린 웃음,

안타까운 마음에 잡혀버린 미간 주름,

목까지 넘어 왔다가 삼켜버린 질문이 오간다.

 

경청도 어엿한 기술이기에 관심없이 잠자코 있기만 하면 상대가 알아차리기 십상이다.

 

긴장하며 내용을 듣고 모르는 부분은 물어봐야 한다.

 

자로 재어 가늠할 수 없이 다른 인생들이기에, 헤아릴 수 없는 내용은 어림짐작해야 한다.

 

어느 친절한 상대는 이런 상황에서 보다 자세히 상황을 설명하여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해가 안되는 표정을 지었었나보다.

 

이 정도로 친절한 대화의 상대는 희귀하기에 더 격렬하게 들어야 한다.

 

 

값진 대화를 위해서라면 30분 정도의 발걸음은 나는 기쁘게 걷는다.

 

중년끼리의 대화는 주로 건강 이야기로 시작된다.

 

건강 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암 이야기,

젊었을 때 받았던 큰 수술,

신입사원 연수 때 배우자의 응급 상황 때문에 2시간 기차를 타고 병원으로 간 이야기,

모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직원이 취직한 지 일주일 만에 쓰러져 암 치료를 받게 된 이야기,

덴마크에서 6개월 동안 구걸 아닌 구걸을 하며 성취한 수술 후기 등.

 

이런 이야기들은 현재 서로의 안위를 물으며 마무리된다.

 

어떤 분은 덴마크의 수술이 예리하지 못해 예후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문득 인공무릎관절 수술이 잘 되지 않아 여러 차례 재수술을 받고 있는 한 덴마크 할머니가 떠올랐다.

 

이 곳에서는 아프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삶이다.

 

이렇게 값진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나의 큰 즐거움이고 영혼을 채우는 일이다.

반응형

'아저씨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문가가 되어가는 여정  (0) 2024.12.17
좋은 대화의 기회  (0) 2024.11.17
덴마크의 늦가을  (1) 2024.11.07
노년과 죽음의 발걸음  (0) 2024.08.04
첫 글  (1) 202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