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 개발자가 되면서 어떤 기술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으면
그 구현을 위해 어떤 기술 스택이 필요한지,
대략의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어떤 부분이 (주어진 자원으로) 완전히 구현 불가능한지,
어떤 부분이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인지,
예상되는 운영 비용 및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분석된다. (나의 전문 분야 한정)
시니어 개발자로의 전문성이 발달된건지
나이 들면서 고집이 늘어나는건지 모르겠지만
개발에 대한 원칙과 절차가 확립되는 과정이
내 기준에선 전문성이 날카롭게 다듬어 지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마치 코드 컴파일러 마냥 내 머리 안에서 개발 요구사항을 컴파일하고 내뱉는 오류나 경고 같달까.
전문성은 훌륭한 컴파일러를 가지고 있어서 목적의 본질에 가까운, 즉 중요한 요구사항을 먼저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이리라.
그런데 그런 전문성이 예상치도 못하게 나를 찌르고 있다.
사람들과 개발 회의를 할 때,
솔루션이 가지는 궁극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논의를 나누는 것.
솔루션의 본질에 벗어난 방향과 요구사항들로 분주하게 논의를 나누는 것.
솔루션이 지켜야 할 원칙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고 다른 문제에 급급하는 것.
운영 측면에서 가지게 될 고민들을 무시하고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
이런 모습들에 노출되는 상황에 내가 우두커니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 좌절스럽다.
나도 문제인게 이젠 그런 것들을 설득할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이 전에 겪었던 설득과 좌절의 연속을 핑계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문제 정의와 솔루션을 끄적이고 조용히 파일로 저장한다.
한 편으로 나도 어떤 면에선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태도를 반드시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반성과 위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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