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의 페스터라운(Fastelavn): 아이들이 나무통을 두드리는 이유는?
덴마크에서 2월이 되면 슈퍼히어로, 공주, 해적, 동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또 다른 할로윈?)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한 손에 나무 방망이를 들고, 줄에 매달린 나무통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안에서는 사탕이 쏟아지고,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이는 페스터라운(Fastelavn)이라는 덴마크의 전통적인 축제의 일부다.
과연 이 축제는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현대에는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페스터라운의 역사와 기원
페스터라운은 덴마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축제로, 사순절(Lent)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기는 날이었다.
사실, 페스터라운이라는 이름 자체도 “사순절 전날”이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Fastelabend"에서 유래했다.
가톨릭이 강했던 중세 유럽에서는 사순절 동안 육식을 포함한 많은 음식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전에 배불리 먹고, 즐기는 날을 가졌다.
이 전통은 덴마크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덴마크에는 가장 대표적인 전통으로 "Slå katten af tønden"(나무통에서 고양이 떼어내기)라는 놀이가 존재한다.
과거 불운과 악령을 상징한다는 검은 고양이를 나무통 안에 넣고 몽둥이로 나무통을 부숨으로써 악을 쫓는 의식을 행했다.
(ㄷㄷㄷ)
다행히도 오늘날 이 의식은 사탕과 장난감으로 대체되었고, 검은 고양이들은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페스터라운은 코스튬 축제의 전통도 가지고 있다.
중세에는 사람들이 악령을 쫓기 위해 무서운 가면을 쓰고 다녔지만, 지금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해적, 왕자, 공주, 영화 캐릭터 등으로 변신하며 즐긴다.
현대의 페스터라운
오늘날 페스터라운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
덴마크 전역에서 학교와 유치원, 가정에서 이 축제를 기념한다.
또한, 페스터라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Fastelavnsboller"(페스터라운 빵)다.
부드러운 빵 안에 크림이나 마지팬이 들어가고, 초콜릿 혹은 설탕이 위에 뿌려진 이 빵은 페스터라운 기간 동안 덴마크의 모든 빵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스터라운은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 일요일에 열리며, 일부 지역에서는 퍼레이드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특히 코펜하겐의 일부 교회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나무통을 두드리는 행사를 열며, 마을마다 "고양이 왕(Kattekonge)"과 "고양이 여왕(Kattedronning)"을 선정해 아이들에게 작은 상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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