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 달여에 걸쳐 덴마크에서 중고차를 판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썰에 앞서 한국과 덴마크의 자동차에 대한 개념 차이를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은 자동차를 소유와 자산의 개념으로 바라보며, 정기 점검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발적인 유지보수보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덴마크에서는 자동차를 보다 공공 시스템 내의 책임 있는 자원으로 취급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기 차량 검사 제도(Syn)인데, 이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
과태료만 부과하는 한국의 자동차 검사와는 다르다.
자동차 보험 또한 의무화되어 있어 보험이 없으면 자동차가 도로를 다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자동차는 공공재에 가까우며, 모든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번호판만 치면 인터넷에서 조회할 수 있다.
(참고: https://www.tjekbil.dk/)
그렇기 때문에 중고차를 팔 때 파는 차의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나는 이 점을 간과했어서 Syn을 받지 않고 판매를 시작했는데, 결국 Syn을 받아야 했다.
사람들에게 이 차가 얼마나 신뢰할만한지를 인증하는 정보이기 때문이었다.
덴마크에서 중고차를 구매/매매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은 Bilbasen, DBA, Facebook marketplace 등이 있다.
나는 Bilbasen에 가장 기본 매매 포스팅으로 차를 등록했는데 한 달 기준 200~300 크로나 정도 낸 것 같다.
DBA도 그보다는 적지만 돈을 내야 하고 marketplace는 무료다.
그래서 marketplace는 별의 별 차도 많고 별의 별 사람도 많다.
우리 차는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였는데, 굉장히 만족하며 탄 차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라는 타이틀이 덴마크에 먹히지 않는건지 아님 연식이 오래되서 그런건지 문의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승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번잡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했던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약속 잡기
- 차 외관 살펴보기
- 차 시승 (반드시 동승해야 함)
- 차 내부 살펴보기
- 호구 조사 (차 검진 내력, 서비스 북 등등)
- 가격 네고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악수까지 했음에도 파토난 경우가 있었다.
많은 친구들이 혼자 오기보다는 전문 정비사를 끼고 오는 경우가 있어 호구 조사 중 어그러지곤 했다.
결론적으로 한 친구와 이야기가 잘 되서 차량 손 볼 곳을 손 본 후
정비사의 호구조사를 통과하여 차량 매매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
차량 매매는 다음 단계를 통해 이루어졌다.
- 돈 송금하기
- 송금된 돈 확인하기
- Ejerskifte 앱으로 소유권 이전
- Ejerskifte 앱에서 임시 차보험 선택
- 차 키 건네기
- 이전 끝
송금 금액이 컸는데도 바로 입금이 확인되었고, Ejerskifte 사용하니 정말 원터치로 딸깍하니 끝났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덴마크에서 이 속도가 맞나? 싶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한 달여 그 무수한 마음 고생과 수고를 거쳐 판매가 완료되었을 땐 구매자를 껴안고 싶을 정도였다.
감히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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