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저씨의 일상

경험이 만능이 아닌 이유

by 진기씨 2025. 12. 26.
반응형

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나에게 무조건 좋을거라 생각해온 경험 만능주의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경험이든 적극적으로 경험하고자 여기저기 다녔다.

오늘 이발을 하면서 곰곰히 생각했는데 나의 이 철학이 무조건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 만능주의의 가정은 경험이 성장이 된다는 가정을 가지는 것 같다.

다양한 방향의 성장이 있겠지만 경험 당사자의 삶을 본인과 주위 사람,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경험을 긍정적인 성장으로 녹여내진 못하는 것 같다.

역으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 능력 좋고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주위 사람에게 본이 되는가? 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

 

한 사람이 많은 경험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예가 문화와 환경이 완전 다른 해외에서의 삶일 것이다.

한국에 살다가 해외에서 사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꽤 있다.

그런 새롭고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색안경이 되어 자신을 그 경험 속에 묻어버리신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외국의 낯선 경험을 이용하여 전혀 관계 없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시야가 넓을 수 있지만,

그 것이 무조건 그 사람의 그릇을 넓힌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어쩌면 성장을 하는 이는 여러 곳에서 사는 경험보다

자신의 주위에서 사소한 것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자신의 주위에서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일 것이다.

 

 

최근 대기업에서 큰 프로젝트를 리드하셨던 분과 협업할 일이 있었다.

나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라 그런 대단한 분을 만나는 것이 무척 기대되었었다.

하지만 실제로 뵈었을 때 나는 그 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분은 화려하거나 멀끔한 외모가 아닌 굉장히 수수하신 분이었다.

 

회의에서 그 분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는데, 굉장히 똑똑하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시고

주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과 요청에 대해서만 즉각적으로 하시는 분이었다.

지적이지만 무색 무취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챗지피티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이 경쟁이 심한 환경에선 오히려 높은 자리 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기술적 안건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조율하거나 선택하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

그 분을 보면서 경험 이상의 통찰과 삶의 태도를 배웠다.

 

새로운 유형의 훌륭함이라 인상적이었고 그 분의 그릇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적이지도 않고 무색 무취도 아닌데 참.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만 본인은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운, 아주 좋은 예시라 하겠다.

반응형

'아저씨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만 할 수 있는 일, 생산자만 할 수 있는 일  (1) 2026.01.11
새로운 경험들  (0) 2026.01.09
입술 사이로 피어오르는 인격  (1) 2025.12.08
햇빛과 행복의 상관관계  (0) 2025.12.02
한국의 가을  (0)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