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나에게 무조건 좋을거라 생각해온 경험 만능주의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경험이든 적극적으로 경험하고자 여기저기 다녔다.
오늘 이발을 하면서 곰곰히 생각했는데 나의 이 철학이 무조건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 만능주의의 가정은 경험이 성장이 된다는 가정을 가지는 것 같다.
다양한 방향의 성장이 있겠지만 경험 당사자의 삶을 본인과 주위 사람, 사회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경험을 긍정적인 성장으로 녹여내진 못하는 것 같다.
역으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 능력 좋고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주위 사람에게 본이 되는가? 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
한 사람이 많은 경험에 노출되는 대표적인 예가 문화와 환경이 완전 다른 해외에서의 삶일 것이다.
한국에 살다가 해외에서 사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꽤 있다.
그런 새롭고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색안경이 되어 자신을 그 경험 속에 묻어버리신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외국의 낯선 경험을 이용하여 전혀 관계 없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시야가 넓을 수 있지만,
그 것이 무조건 그 사람의 그릇을 넓힌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어쩌면 성장을 하는 이는 여러 곳에서 사는 경험보다
자신의 주위에서 사소한 것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자신의 주위에서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일 것이다.
최근 대기업에서 큰 프로젝트를 리드하셨던 분과 협업할 일이 있었다.
나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라 그런 대단한 분을 만나는 것이 무척 기대되었었다.
하지만 실제로 뵈었을 때 나는 그 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 분은 화려하거나 멀끔한 외모가 아닌 굉장히 수수하신 분이었다.
회의에서 그 분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는데, 굉장히 똑똑하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시고
주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과 요청에 대해서만 즉각적으로 하시는 분이었다.
지적이지만 무색 무취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있는 챗지피티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이 경쟁이 심한 환경에선 오히려 높은 자리 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기술적 안건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조율하거나 선택하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
그 분을 보면서 경험 이상의 통찰과 삶의 태도를 배웠다.
새로운 유형의 훌륭함이라 인상적이었고 그 분의 그릇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지적이지도 않고 무색 무취도 아닌데 참.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만 본인은 좋은 사람이 되기 어려운, 아주 좋은 예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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