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모두가 잠자리에 든 시간, 잠깐이라도 짬내어 컴퓨터 앞에 앉을 용기를 준 존재는
이 별볼일 없는 블로그 글을 읽는다고 연락을 준 친구들이다.
사실 지금까진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를 쓴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써왔는데
이제는 친구들에게 안부 묻듯이 가끔씩이라도 의무적으로 남겨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2025년 마지막은 아주 격렬했다. 그리고 처음하는 경험들이 많았다.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으로, 여러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본 적이 처음이다.
깜냥이 없는 사람이 리드를 한다고, 나도 젊은이들도 고생을 했다.
오늘 그 중 한 친구와 심각한 대화를 하다가 어떤 포인트에서 신나게 깔깔 웃었다.
그 친구는 유럽의 한 회사와 기술적 협업을 준비하는 친구였는데,
계약을 맺은 것도, 돈이 오가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주문(?)을 받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다 정확히는 그 회사 직원과 나와의 위계 질서가 잡히지 않아 (누가 위이고 아래인지)
즉 관계가 정립되지 않아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빵터진 이유는 나는 정확히 반대의 이유로 젊은 친구들을 대하는 것이 불편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런 수직적 관계가 불편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그것을 편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덧,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와 타협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과 일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마다 다른 특성과 욕구를 찾고 그것에 맞게 일을 주는 것이 이상적인데,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딱 떨어지게 오는 것이 아니라서 일을 주면서도 미안한 경우가 많았다.
항상 특정 일을 책임지는 일을 하다가 여러 일들을 배분하는 일을 하니 한 때는 매우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과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눈덩이 불어나듯 늘어나더라.
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도 물어볼 사람도 없다는 것이 자신감을 흔들기도 했다.
면접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뽑기도 했다.
새로운 업무 중에 가장 괴로운 일이었다.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나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일인지라 시간이 지나니 덤덤해졌다.
그래도 간간이 뽑지 않았던 훌륭한 인재와 그 기회가 떠올라 아쉬움에 젖는다.
한 번은 '와 이 사람은 진짜다!' 하는 인재가 있어 면접이 끝나고, 바로 합격 통지를 보내고도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마치 너무나 갖고 싶었던 명품을 기다리는 느낌이랄까?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훌륭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과 그 사람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일이라는 경험 중에 가장 값진 것인 것 같다.
함께 일하는 팀과 두 달 반 기간동안 열심히 달려 앱 하나를 앱스토어 심사에 제출했다.
나의 기여가 개발자들보다 실질적으로 낮음에도 내가 주도해서 여러 사람과 성과를 낸 경험이 처음이었다.
수천만개의 앱이 등록된 앱스토어에 등록조차 안된 심사 대상인 앱인데도, 그만큼 별 것 아닌데도 이렇게 기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심사가 끝나면 여기에도 링크를 한 번 남겨봐야겠다.
여러 새로운 도전을 했다. iOS 개발도 해보고, 커서에 코딩을 맡겨보기도 하고, 안 좋은 소리도 하고, 둘러둘러 설득하기도 했다.
대화를 하다보면 방향을 잡고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는데 중간 중간 즉흥적인 문장으로 건설적인 결론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 때가 정말 짜릿했다.
생각해보면 나보다 상대방에게 발언권을 더 줘서 상대방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낸 경우다.
이젠 나보다는 다른 이가 더 똑똑하고 현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들이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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