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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유익함 중년의 대화는 다채롭다. 어린이에게도 젊은이에게도 노인에게도 쉽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어린 친구들의 덴마크 학교 생활, 젊은 친구들의 영화 같은 여러 외국 방문기, 태권도 시범 수업에 참가했다가 기합소리에 놀라 대성통곡한 딸 이야기, 다 성장한 자녀의 트위터에 몰래 접속하며 자녀의 두 번째 자아를 응원하는 부모의 이야기, 인생의 선후배들이 걸어온 길을 귀 동냥 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오늘은 두 사람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다. 아름다운 대화에는 공감하는 미소,참지 못하고 터져버린 웃음,안타까운 마음에 잡혀버린 미간 주름,목까지 넘어 왔다가 삼켜버린 질문이 오간다. 경청도 어엿한 기술이기에 관심없이 잠자코 있기만 하면 상대가 알아차리기 십상이다. 긴장하며 내용을 듣고 모르는 부분은 물어봐야 한다.. 2024. 10. 9.
생활 속 모듈화와 분리가 개발자에게 중요한 이유 한국에서의 개발 경험을 갖고 처음 북유럽에서 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념의 모듈화에 대한 것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SOLID 원칙의 첫 번째인 단일 책임 원칙(Single Responsibility Principle, SRP)을 의미한다. SRP는 한 클래스(혹은 모듈)는 하나의 기능만을 담당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 조화로운 맛을 만드는 비빔밥의 나라답게 한국은 고수준의 개념 설계를 할 때 여러 기능들을 섞곤 한다. 이 섞임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부분이 나에게는 인터페이스 구현이었다. 개발자 및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하여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서 다양한 것들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채팅, 송금, 쇼핑 등을 한 큐에 제공해주는.. 2024. 9. 15.
세계 최대 해운 박람회 SMM 2024 참석 후기 지난 주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SMM에 참석했다. 스타트업 부스에서 우리 솔루션을 전시하기 위한 참석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박람회의 스케일과 대조적으로 우리의 부스는 매우 작았다.  그래서 더 진중하고 무거운 마음과 반면에 신입으로써의 홀가분한 마음을 모두 갖고 박람회를 둘러 보았다.  우리가 전시를 진행했던 B6는 Electrical equipment, automation, software, IT 분야 업체들이 참석했는데, 그 홀 하나의 규모만해도 웬만한 박람회 전체 규모 이상이었다. 다른 관에 가보니 나라별로 전시를 하기도 했다. 한국, 덴마크, 영국, 중국, 핀란드 등의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전시관마다 나라 고유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그 나라로 순간이동한 느낌까지 들었다. 해사 업계가 이렇게 돈.. 2024. 9. 9.
북유럽 나라들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강국인 이유 스웨덴의 Hazelight Studios 사에서 만든 It takes two라는 게임을 한창 즐기고 있을 때였다. 한 번은 함께 회의에 참석한 스웨덴 개발자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스웨덴은 이렇게 훌륭한 게임 스튜디오가 많아?" 그 친구는 예상치도 못했던 70년대 초 스웨덴 정부의 정책을 이야기해 주었다.  스웨덴 정부는 1970~80년대에 "Datoriseringen"이라는 정책을 통해 국가적으로 각 가정에 컴퓨터를 보급했다고 한다. 이 정책은 교육, 기업, 그리고 공공 부문에서 컴퓨터와 정보 기술의 활용을 대폭 확대하려는 목표로 수행되었었다. 컴퓨터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스웨덴의 어린이들은 자라나 자신의 창의력을 게임 제작으로 표현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이 것이 마인크래프트, 배틀 필드 등의 .. 2024. 8. 26.
시니어 개발자로 발전하면서 생기는 좌절 시니어 개발자가 되면서 어떤 기술에 대한 요구사항을 들으면그 구현을 위해 어떤 기술 스택이 필요한지,대략의 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어떤 부분이 (주어진 자원으로) 완전히 구현 불가능한지,어떤 부분이 기술적으로 가장 도전적인지,예상되는 운영 비용 및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분석된다. (나의 전문 분야 한정) 시니어 개발자로의 전문성이 발달된건지나이 들면서 고집이 늘어나는건지 모르겠지만개발에 대한 원칙과 절차가 확립되는 과정이내 기준에선 전문성이 날카롭게 다듬어 지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마치 코드 컴파일러 마냥 내 머리 안에서 개발 요구사항을 컴파일하고 내뱉는 오류나 경고 같달까.전문성은 훌륭한 컴파일러를 가지고 있어서 목적의 본질에 가까운, 즉 중요한 요구사항을 먼저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이리.. 2024. 8. 23.
덴마크에서 내가 개발자로써 하고 있는 일 나는 현재 덴마크에서 해사(maritime) 분야의 가장 큰 오픈소스 중 하나인 Maritime Connectivity Platform (이하 MCP)이라는 프로젝트의 주 기여자 중 하나로 일하고 있다. 의외로 한국(해양수산부)이 국제 해사 무대에서 큰 활약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이다. 2023년 말까지 국제해사기구의 사무총장이 한국인이었고 그 외 대형 선박 건조 경험을 통해 선박 안전 기준이나 항만 안전 평가 등과 관련한 표준에 목소리를 내는 주요 회원국이다. 해사 분야의 디지털 적용에 관한 국제 표준과 기술에 대한 부분도 한국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MCP 또한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MCP의 필요성은 해사 안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구도로부터 시작한.. 2024.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