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와 나이 차이가 띠동갑이 넘는 젊은이들과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젊은이들과 일하는 것은 매우 즐겁지만 팀원 수가 늘어날수록 집중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 뇌가 장거리 마라톤을 뛰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집에 오면 기진맥진해지기 일쑤다.
한달 전쯤 한참 업무가 많아 스트레스에 짓눌리고 있을 때 잠깐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오랫만에 머리를 비울 겸 스도쿠를 했는데 엄청나게 중독되어 버렸다.
규칙이 단순하고 집중할 수 있어 쉬는 목적의 유희로는 제격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오랫만에 다시 시작한 게임인데 실력이 엄청 늘어버렸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깨지 못했던 초고난도의 스테이지들을 격파하며 더 중독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으며 더 똑똑해질 일은 없을텐데 왜 이런 기현상이 생겼을까 고민해보았다.
잘 생각해보니 적절한 타이밍에 포기해야 할 일을 포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습관이 생겨서였다.
스도쿠의 확률적으로 확정짓기 어려운 칸을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른 칸으로 넘어간다.
나의 젊음의 유산인 고집과 아집이 어느 정도 없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이로 인해 더 깊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가 좋다.
내 손아귀 밖에 있는 일들에 신경쓰지 않는 것이 내 인생을 무척 가볍게 해줬다.
이런 태도를 얻게 되는 과정은 덴마크의 삶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그 곳에서 이뤄지지 못할 갈망들과 오랜 기간 싸웠었다.
친구같은 이웃 만들기, 맛있는 점심 메뉴 찾아서 먹기, 영혼이 통하는 친구 찾기 등등
통제 밖의 고민과 시도들은 좌절을 안겨주며 포기를 가르쳐줬다.
'포기'가 다소 부정적인 느낌의 언어이지만 나의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쓰게 되었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 과정을 통해 나에게 더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배운 것 같다.
마치 도를 깨우친 것 같지만, 한국에 와서도 또 다른 갈망, 번뇌로 마음 쓰고 있다.
젊은이들과 일할 때 그런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 방향이 젊은이들이 원하지 않을 확률이 높더라.
스도쿠처럼 그런 일에 지나치게 마음쓰지 않고 다른 칸으로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