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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일상

솔직함의 비용

by 진기씨 2026.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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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어느 멋진 골목.

 

패기 넘치는 우리 팀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표방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수평적 관계를 존중하는 방식의, 'Metaplan'이라는 토론 방식을 함께 시도해봤다.

 

메타플랜은 사실 독일의 회사 이름이고, 다른 이름으로는 facilitated brainstorming, post-it discussion 등으로 불린다.

 

일전에 참여자로 메타플랜을 해본 적이 있는데, 회의라는 자리에서 처음 느끼는 것들이 많았다.

 

내 의견이 존중받는 것,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건설적으로 토론하는 것, 최종 결론이 명확하게 나는 것.

 

이 모든 것을 포스트잇, 화이트보드, 펜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방식의 회의.

 

다양한 의견들로부터 명확한 문장을 채굴하기까지 진행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했는데, 이번엔 내가 그 역할을 맡았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 때 솔직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팀원들에게도 솔직함을 많이 강조하는데, 이번 회의에서 그 솔직함이 여실히 되돌아왔다.

 

"이걸 우리가 왜 해야 하는거에요?"

 

나도 개발자였을 때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했던 생각이었는데, 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시작한 잘못을 저질렀다.

 

오랜 시간동안 이 회의의 이유에 대해 질답이 오갔고 상대방은 (실제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납득을 했다고 얘기를 했지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그만큼 소요되었다.

 

진행을 하기 전에 '왜' 라는 질문에 대해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늦어버렸다.

 

 

회의는 건설적으로 진행되었고 결론까지 맺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그들의 솔직함이 내 감정에 남았다.

 

직장인이라면 흔히 상사에게 느끼는 '저 놈 왜 저러는거야?' 하는 표정과 반응이 투명하게 비춰졌다.

 

회의의 당위성과 그 결과가 훌륭했음에도,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수평적이라고 하는 것이 피상적이며 허상일 때 그들이 느낄 박탈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 또한 그런 기분을 덴마크에서 느끼지 않았나.

 

과연 내가 '수평적'이라고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인지, 그저 결정권을 여기저기 뿌리는 나의 근무태만인지 고민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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